오래된 나무로 짓고, 기후변화 심각성도 알리고… 국립수목원 속 눈에 띄는 이 ‘건축물’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62550
입력2021.06.08. 오후 2:20
수정2021.06.08. 오후 10:22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곤충은 벌이라고 한다. 요즘 봄꽃의 개화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진다. 몇 달간 꿀을 모으며 살아갔던 꿀벌들에겐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꿀벌의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생태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시 소홀읍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편에 벌집모양의 앙증맞은 목조 건축물이 지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5~6세 유아들을 위한 환경생태 교육을 위한 키즈 아카데미인 ‘숲이 오래’다. 숲과 자연, 생태계와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숲교실이다.
“벌이 멸종되면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지구의 산소공급과 먹거리 제공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렇듯 생물 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벌집형 매스와 건축 디자인 원리를 선택했습니다.”
‘숲이 오래’의 건축설계를 맡은 지음플러스 김성훈 소장(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은 프랑스 유학 후 유럽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도시환경 건축 전문가다. 그는 이 건물의 설계에서 자연과 생태, 건축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의 개념을 활용했다. 원래 부지에 있던 낙우송과 전나무 등 3그루의 오래된 나무를 이전하거나 베어내지 않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주변의 계곡과 연못, 나무 등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하나의 큰 건물보다는, 육각형 모양의 벌집형태로 방을 여러개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나무도 살리고,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통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벌을 상징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기존의 정사각형 직사각형 공간이 아닌 다양한 육각형 모듈들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생태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축가 김성훈 지음플러스 소장
‘숲이 오래’는 숲을 오래 보존하자는 뜻이지만, “숲이 아이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는 뜻의 이중적 의미도 담고 있다. 건물과 외부 야외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밌게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과 전시 장소로 활용된다.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 벌집 모양으로 지은 건물은 마치 숲 속에 있는 트리 하우스(Tree House)처럼 보인다. 외부는 친환경 탄화목(그을려 나뭇결이 드러나는 목재)으로 마감해 주변 나무와 어울리도록 했다. 건물 주변의 있는 계곡을 고려해 건물의 밑부분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침수를 방지했다. 자연스럽게 벌집 모양 건물의 높이와 층고가 다르게 설계됐고, 기둥 및 필로티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조성됐다.
또한 건물 뒤편에는 원래 있던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과 벌집형태의 건물 구조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야외 테라스 무대 공간이 탄생했다. 이곳은 자연 속에서 열린 교실이나 공연 무대로 사용된다. 지붕의 경사면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여서 재활용하는 레인가든은 벌집형 물홈통, 빗물 저금통으로 아이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재밌는 놀이로 배울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건물 앞에 만들어진 지오돔과 텃밭에는 아이들이 식물을 직접 가꾸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오감체험 텃밭인 ‘키친가든’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옥상정원과 곤충의 서식과 삶은 관찰하고 볼 수 있는 폴리네이트 가든, 곤충호텔 등이 조성됐다.
실내 인테리어는 우진아이디가 시공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장소율 공간디자이너(32·미인터내셔널)는 연세대 대학원 공간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영국 런던예술대(UAL)에서 유학했다. 벌집모양의 육각형 테이블, 천정에 매달려 있는 숲처럼 생긴 구조물을 헤쳐가며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 구슬모양의 편백나무 조각에 푹 빠져 놀 수 있는 향기로운 공간, 나이테를 형상화한 테이블 등 실내 인테리어도 숲 속에 온 듯하다. 벽면은 나무 무늬로 고해상 프린트를 한 포스코(POSCO)의 강판으로 마무리해 칠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장소율 공간 디자이너
장 씨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일상화 돼버린 일상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작은 모니터 공간이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아이들의 삶에 공간에 나무와 숲, 여러 생물들과 같은 풍부한 자연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숲이 오래’ 개원식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익 산림청 산림복지국장, 최영태 국립수목원 원장, 배준규 국립수목원 실장, 이병로 광릉숲친구들 이사장, 윤양수 포스코C&C 대표이사, 장순희 이호건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한정 의원은 축사에서 “광릉숲둘레길에 점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시설이 지어진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익 산림청 국장은 “전국의 수목원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과 체험시설을 꾸준히 확충하는 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62550
오래된 나무로 짓고, 기후변화 심각성도 알리고… 국립수목원 속 눈에 띄는 이 ‘건축물’ [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62550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곤충은 벌이라고 한다. 요즘 봄꽃의 개화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진다. 몇 달간 꿀을 모으며 살아갔던 꿀벌들에겐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꿀벌의 개체 수가 40%가량 감소했다.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의 꿀벌이 사라졌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생태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시 소홀읍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편에 벌집모양의 앙증맞은 목조 건축물이 지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5~6세 유아들을 위한 환경생태 교육을 위한 키즈 아카데미인 ‘숲이 오래’다. 숲과 자연, 생태계와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한 숲교실이다.
“벌이 멸종되면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지구의 산소공급과 먹거리 제공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렇듯 생물 종 다양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벌집형 매스와 건축 디자인 원리를 선택했습니다.”
‘숲이 오래’의 건축설계를 맡은 지음플러스 김성훈 소장(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은 프랑스 유학 후 유럽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도시환경 건축 전문가다. 그는 이 건물의 설계에서 자연과 생태, 건축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의 개념을 활용했다. 원래 부지에 있던 낙우송과 전나무 등 3그루의 오래된 나무를 이전하거나 베어내지 않고 건축물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주변의 계곡과 연못, 나무 등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하나의 큰 건물보다는, 육각형 모양의 벌집형태로 방을 여러개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나무도 살리고, 육각형의 벌집구조를 통해 생태계에서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는 벌을 상징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기존의 정사각형 직사각형 공간이 아닌 다양한 육각형 모듈들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생태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건축가 김성훈 지음플러스 소장
‘숲이 오래’는 숲을 오래 보존하자는 뜻이지만, “숲이 아이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는 뜻의 이중적 의미도 담고 있다. 건물과 외부 야외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밌게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과 전시 장소로 활용된다.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살려 벌집 모양으로 지은 건물은 마치 숲 속에 있는 트리 하우스(Tree House)처럼 보인다. 외부는 친환경 탄화목(그을려 나뭇결이 드러나는 목재)으로 마감해 주변 나무와 어울리도록 했다. 건물 주변의 있는 계곡을 고려해 건물의 밑부분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 침수를 방지했다. 자연스럽게 벌집 모양 건물의 높이와 층고가 다르게 설계됐고, 기둥 및 필로티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조성됐다.
또한 건물 뒤편에는 원래 있던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과 벌집형태의 건물 구조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야외 테라스 무대 공간이 탄생했다. 이곳은 자연 속에서 열린 교실이나 공연 무대로 사용된다. 지붕의 경사면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여서 재활용하는 레인가든은 벌집형 물홈통, 빗물 저금통으로 아이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재밌는 놀이로 배울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건물 앞에 만들어진 지오돔과 텃밭에는 아이들이 식물을 직접 가꾸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오감체험 텃밭인 ‘키친가든’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옥상정원과 곤충의 서식과 삶은 관찰하고 볼 수 있는 폴리네이트 가든, 곤충호텔 등이 조성됐다.
실내 인테리어는 우진아이디가 시공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장소율 공간디자이너(32·미인터내셔널)는 연세대 대학원 공간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영국 런던예술대(UAL)에서 유학했다. 벌집모양의 육각형 테이블, 천정에 매달려 있는 숲처럼 생긴 구조물을 헤쳐가며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 구슬모양의 편백나무 조각에 푹 빠져 놀 수 있는 향기로운 공간, 나이테를 형상화한 테이블 등 실내 인테리어도 숲 속에 온 듯하다. 벽면은 나무 무늬로 고해상 프린트를 한 포스코(POSCO)의 강판으로 마무리해 칠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장소율 공간 디자이너
장 씨는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마스크가 일상화 돼버린 일상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작은 모니터 공간이 아이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는데, 아이들의 삶에 공간에 나무와 숲, 여러 생물들과 같은 풍부한 자연을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숲이 오래’ 개원식에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익 산림청 산림복지국장, 최영태 국립수목원 원장, 배준규 국립수목원 실장, 이병로 광릉숲친구들 이사장, 윤양수 포스코C&C 대표이사, 장순희 이호건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한정 의원은 축사에서 “광릉숲둘레길에 점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시설이 지어진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익 산림청 국장은 “전국의 수목원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과 체험시설을 꾸준히 확충하는 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362550